세구리의 모험

세구리가 본 영화 '우아한 세계'

감상소감/영화를 본 소감







우아한 세계 (The Show Must Go On, 2007) 

 

영화 포스터를 보자.
머리는 터졌어도, 가오는 죽지 않으려고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는 꼬나물고 남자는 해맑게 웃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웃어라. 아버지니까"

몸은 망가져도 망가져도 가족들에게는 웃을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심정이 잘 묻어 나온 포스터다.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2006 / 한국)
출연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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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아한 세계는 최고의 평을 주고 싶다.
보통 아버지들이 이 영화를 보고 뭔가 느끼지 않을 아버지는 없을듯 하다.

 

밖에서는 아무리 힘들고, 위험하고 처절하게 살아도 집에서는 가장으로서 무언가 해보이려고 하지만, 가족들은 이런 아버지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만 하고, 바라는 점은 왜이리도 많은지...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못지 않게 커다라한데, 자식들은 그것을 몰라주고 표현력 부족한 아버지는 그냥 뒤에서 소주한잔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보처럼 또 웃는다.

 

나역시 폭력쪽으로 좋지 않은 삶은 살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좋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이 영화는 나의 마음을 후벼판다.
비록 지금은 그만둔 시점이지만, 언제 다시 그쪽으로 돌아 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기도 하다.

나역시 내 직업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고, 그만 두고 싶어도 가족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이를 악물고 버텼다.
비록 지금은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지라도, 이만한 수입이 되는 일도 별로 없고, 다른 일을 해서는 좋은 날이 더 느리게 돌아 오기에 참고 또 참는다.



아버지는 단순하다.
내 비록 개처럼 돈을 벌더라도 가족들이 돈걱정 없이 살아가면 그걸로 행복을 느낀다.
돈버는 목적도 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위해보다는 가족들이 돈걱정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만을 꿈꾼다.
지금 거의 대부분이 아버지가 이러한 심정일것이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아버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룩했고, 그동안 가족들에게 못해준거 다 해줄수 있을 정도의 부도 얻었다.
아버지는 생각한다.
'이제 우리 가족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조금 편안한 삶을 살수 있을것이다. 그동안 못다닌 여행도 다니고, 못다한 이야기도 하고...'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가족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때는 돈이 없다라는 이유로 가족들을 자신의 옆에 붙잡아 둘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를 유학을 보내도 되는 충분한 여력이 되기에 붙잡을 말조차 없다.
아버지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제 행복의 시작인데... 내가 왜 이렇게 가족들의 미움을 받으며 돈을 벌었는데... 다 이날을 위해서인데...'

 

속으로 생각한 말은 입밖으로 흘러 나오지 못하고 결국엔 처자식들이 원하는대로 따라주는것이 아버지이다.
유학을 가고 싶다는데 어쩔것이냐,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학 다녀오면 함께 재미있게 살면되지... 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영화 마지막에 유학간 가족들에게서 비디오테잎 한개가 택배로 온다.
자신은 라면을 먹고 있지만, 가족들을 영상으로나마 보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집에서는 물도 잘 안나왔는데, 그곳에는 물이 넘치도록 나오는 것에 안도하며 기뻐한다.
가족들이 티없이 웃는 것이 너무 기쁘다.
다 잘된거야. 그래 이런 삶을 나는 꿈꿨어.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들어간 라면면 목으로 넘길수가 없다.
나도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 같이 행복해야 하는데...
남자는 자신의 처지에 참기힘든 눈물을 흘리며 나지막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교훈적으로는 가족들이 곁에 있을때 잘해라.라고 볼수 있겠지만...
이것또한 쉽지가 않은것이 현실이다.
잘하고 싶어도... 아직은 때가 아닌걸.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데... 조금만 더...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것이 있을때 잘해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때 감독이 누구인지 배우가 누구인지는 잘 보지 않는다.
포스터를 보고, 제목을 보고 카피를 보고 마음에 들면 본다.

영화를 본후 그저그런 영화는 그냥 뒤돌아서서 나오지만, 영화가 너무 좋을때는 감독이 누구인지, 각본이 누구인지를 한번쯤 살핀다. 연기 잘하는 모르는 배우가 나오면 한번쯤 살핀다.
나처럼 이렇게 그들은 팬이 형성이 되는 것인가 보다.

 

감독/각본이 한재림이다.
한재림?
어! 어디서 봤던 이름인데... 좋은 감정으로 남아 있는 감독인데... 누구더라 누구더라...
결국 검색을 해서 봤더니 역시!!!
'연애의 목적'을 만드신 한재림감독님이다.
연애의 목적도 아주 좋게 본 영화인데...
이제부터 나는 한국 감독중에 좋아하는 감독 한명을 추가 할것이다.
나이도 나보다 한살 많으시네... 난 뭐하고 살았던것인가...

 

배우 송강호야 뭐, 연기에 평이 필요하겠는가?
그는 언제나 최고였다.


2007년 7월 네이버 카페